고향집 고갯마루 고향집 고갯마루 누구나 숨가쁘게 올라왔던 길. 알고 있는 이름은 한두 개뿐인 야생초들이 계절을 다투며 피어나기를 주저하지 않던 길. 올라갈 적보다 내려갈 때 바라볼 것이 더 많은 길. 내려가는 길이 아무리 멀고 깊어도 산골 두메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고향 마을이 먼발치로 바라보이던 길. - 김.. 詩 2009.10.02
먼길 / 이재무 이 세상 가장 먼 길 내가 내게로 돌아가는 길 나는 나로부터 너무 멀리 걸어왔다 내가 나로부터 멀어지는 동안 몸속 유숙하던 그 많은, 허황된 것들로 때로 황홀했고 때로 괴로웠다 어느날 문득 내게로 돌아가는 날 길의 초입에 서서 나는 또, 태어나 처음 둥지를 떠나는 새처럼 분홍빛 설렘과 푸른 두.. 詩 2009.08.28
9월이 오면 / 안도현 구월이 오면/안도현 그대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 詩 2009.08.28
사랑이여, 조그만 사랑이여 / 나태주 사랑이여, 조그만 사랑이여 / 나태주 가보지 못한 골목들을 그리워 하며 산다. 알지 못한 꽃밭, 꽃밭의 예쁜 꽃들을 꿈꾸면서 산다. 세상 어디엔가 우리가 아직 가보지 못한 골목길과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던 꽃밭이 숨어 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희망적인 일이겠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詩 2009.05.16
꽃 피는 봄날 / 유성순 꽃 피는 봄날 - 유 성 순 - 발가벗은 나무에 물오르고 색색의 꽃망울 봄비에 촉촉이 젖어 볼록볼록 처녀 가슴 부풀듯이 꽃 피는 봄날. 바구니 옆에 끼고 언덕 너머 굽이굽이 산 능선 타고 솔향기 들이키며 이슬에 젖은 올 고사리 꺾으러 나들이나 갈까. 봄비에 고개 드는 올 고사리 파릇파릇 달래 냉이 쑥.. 詩 2009.02.09
[스크랩] 삶 /용혜원 삶 /용혜원 나는 날마다 떠난다 삶이란 여행을 늘 서툴고 늘 어색하고 늘 뒤쳐져서 언젠가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줄 알았더니 삶이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단 한번의 여행이다. 詩 2009.01.05
[스크랩] 김사인 - 서귀(西歸) 서귀(西歸) 날 잊지 말아라 노래 부르네 누구에게 말하나 비통에 대해 별은 빛나 적적한데 그대에게? 나 이승의 연(緣) 다하여 먼 길 가는 날 살쩍 고운 귀밑머리 흰 목덜미 그대 두고는 차마 못 가 자욱마다 소나기 오리 울고불고 몸부림치리 그래도 아마 나 시치미 떼리 시치미 떼고 휘파람 불리 한사.. 詩 2008.12.21
[스크랩] 입관(入棺) / 오탁번 입관(入棺) 오탁번 이승의 마지막 옷을 입히고 아기처럼 작아진 발에 은하수 건너는 종이배 같은 흰 버선을 신긴다 발자국 자국마다 길은 아득히 지워지고 바다 물결 가르던 등푸른 물고기도 자취 없다 눈물로 빗겨드린 흰 머리칼이 억새꽃으로 피어나서 가을 물녘 저냥 눈부시다 ㅡ오탁번 시집 <벙.. 詩 2008.11.29
[스크랩] 이외수 - 그대를 보내고,,, Ralf Bach 그대를 보내고 - 이외수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우리들 사랑도 속절없이 저물어 가을날 빈 들녘 환청같이 나지막히 그대 이름 부르면서 스러지는 하늘이여 버리고 싶은 노래들은 저문강에 쓸쓸히 물비늘로 떠돌게 하고 독약 같은 그리움에 늑골을 적시면서 실어증을 앓고 있는 실삼나무 작별 끝에 당.. 詩 2008.10.26
[스크랩] `초원의 빛` -윌리엄 워즈워스 (1770∼1850) '초원의 빛' -윌리엄 워즈워스 (1770∼1850) 한때 그렇게도 찬란한 빛이었건만 이제는 눈앞에서 사라져가는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다시는 찾을 길 없을지라도 우리는 서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뒤에 남은 것에서 힘을 얻으리라. 존재의 영원함을 비로소 처음 공감하며 인간의 고뇌를 사색으로 달래.. 詩 2008.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