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은 을사조약 후 이완용에게 수고했다며 위로금을 내렸고 성난 군중이 이완용의 집을 태워버리자 저택을 하사했다. 고급(?) 간신일수록 권력자는 그 정체를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역사관련 서적을 집필해 온 최용범ㆍ함규진 씨가 최근 출간한 '간신열전(페이퍼로드 펴냄)'은 이완용, 신돈, 이자겸 등 역사에 나름의 족적을 남긴 간신 19명을 열거하고 그 행적을 평한 책이다.
저자는 '왕에 아첨한 좁은 의미의 간신', '왕권까지 넘본 세력가', '대세를 따른 소인배'로 간신의 유형을 분류하고 '간신의 누명을 쓴 사람'을 덧붙였다.
이른바 '왕의 남자'를 자처한 좁은 의미의 간신은 고구려의 밀정 도림, 서경 천도를 주한 묘청, 공민왕의 측근이었던 김용 등이다.
김용은 공민왕이 원자로 원나라에 가 있을 때부터 곁을 지켰던 최측근이었다.
공민왕의 총애를 등에 업고 온갖 부귀를 누리던 김용은 왕을 시해하려다 실패해 처형된다. 그러나 공민왕은 "앞으로 누구를 믿고 의지할 것인가"라고 탄식한다.
이자겸, 한명회, 윤원형, 염흥방 등은 권세에 취해 왕권까지 넘본 인물로 분류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인물은 윤원형이다. 윤원형은 문정왕후를 배후에 두고 최고의 권력을 거머쥔다.
'10채가 넘는 저택에서 금은으로 만든 밥그릇으로 매끼 1만 전씩 들어가는 밥을 먹는다'는 풍문이 돌 정도로 윤원형의 사치는 극에 달했다.
냉정해야할 사관들조차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개만도 못하다', '벌레나 다름없다'는 막말을 사초에 올렸으며 흉년이 들거나 우박이 쏟아지면 '이게 다 윤원형 때문이다'라고 적었다.
정치에서는 대세를 따르고 개인의 부귀영화만 추구한 부류도 있다. 이완용, 김자점, 유자광, 송유인 등이다.
이완용은 실세라면 색깔을 가리지 않고 줄을 댔다. 이념이니 소신이니 따위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었다.
"살면서 일찍이 풍진 세상에 나그네 되어/힘든 일과 쉬운 일, 모두가 나와는 무관했다/나라를 팔았다, 임금을 죽였다, 무슨 무리한 비난인가/웃고 대답하지 않으니, 마음은 절로 한가롭네"
이완용은 '웃고 대답하지 않으니, 마음은 절로 한가롭네(笑而不答心自閑)'라는 이백의 시구를 그대로 쓰며 쏟아지는 비난에 대응한다. 고종을 섬기든 메이지 천황을 섬기든 나그네인 자신에게는 아무 상관없다는 자세다.
반면 신돈, 임사홍, 남곤 등은 간신의 누명을 쓴 인물로 분류했다.
저자들은 남곤의 '주초위왕(走肖爲王)' 사건은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연산군에게 폐비 윤씨의 피 묻은 금삼을 전해 갑자사화를 일으킨 장본인 임사홍은 조그만 말실수를 정적에게 꼬투리 잡혀 22년간 귀양살이를 해야했다고 전한다.
권력의 배타적인 속성상 정쟁의 동지는 충신, 반대편은 간신으로 선이 그어지기마련이다. 저자들은 역사의 승자가 이들을 간신으로 몰았다고 주장한다.
314쪽. 1만2천원.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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