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바람 타고 오게나, 친구
김택근
친구
개나리가 노랗게 지저귀더니 목련이 웃기 시작했네.
피기 직전에는 그만그만한 눈웃음이었지. 하지만 목련 꽃망울이 터지면 환장할 지경이야.
해마다 보지만 목련의 하얀 미소는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네.
목련이 핀 뜨락에서는 트럼펫을 불면 안되네. 첼로의 장중한 선율은 괜찮겠네.
목련은 볼수록 꽃이 아니야. 환생이야.
차마 묻지못할, 누구의 이야기 같아.
친구
섬진강변에는 매화가 한창이라지.
매화는 향기를 팔지 않는다더군.
이번 주말에는 매화나무 아래서 술 한잔 어떤가.
우리 그 향기에 취하면 이윽고 꽃잎은 술잔에 질 것이네.
친구
봄이 오니 기억들이 붉은 옷을 입네 그려.
누가 저 녹색바람을 빗질해 보내는가?
온통 새빛이고 새싹이야.
저 봄날에 섞이려면 내 안의 무엇을 버려야 할지 모르겠네.
그 옛날 붉은 옷 꺼내 입고, 술 한 병 들고 오게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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