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저씨네 간이휴게실 아래 그 여자의 반짝이는 옷가게
하동에서 구례사이 어진 강물 휘도는 길
비바람 눈보라치면 공치는 날이다
집도 없고 포장마차도 없는 간이휴게실이 있지
고물 트럭을 개조해 만든
국수와 라면, 맥주와 소주와 음료수와 달걀과 커피 등등
전망 좋고 목 괜찮아 오가는 사람들 주머니가
표 나지 않고 기분 좋게 가벼워지는 동안
눈덩이 같던 빚도 갚고 그럭저럭 풀칠도 하는데
빌어먹을
그 아저씨의 그 여자는 암에 덜컥 발목을 잡혔다
소원이 있었댄다 꿈 말이지 웃지 말아요 정말이라고요
반짝이는 옷을 입고 밤무대에 서는 가수
항암치료 후유증으로 깊이 모자를 눌러 쓴 그 여자는
아저씨를 졸라 간이휴게소 아래
얼기설기 비닐하우스를 지었다
선풍기도 난로도 아니 전등도 하나 없는
간판도 없는 두어 평 비닐하우스 무허가 옷가게
어려서나 더 젊어서 한번도 입어보지 못했던
반짝이는 반짝이 옷,
너울너울 인형 같은 공주 옷을 파는 그 여자의 옷가게
그녀에게서 사온 옷을 안고 잠을 청하면
푸른 섬진강물이 은빛 모래톱 찰랑찰랑 간지르는 소리
동화 속 공주가 나타나는 꿈
알만한 사람은 다 알지
구례에서 하동사이 길에서는 보이지 않는 반짝이는 옷가게
그녀가 웃고 있다 서비스 커피도 한잔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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