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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 마광수

OKeverything 2007. 1. 9. 09:47
내가 좋아하는 여자는 「야한 여자」이다. 내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말이 바로「야하다」는 말인데, 처음에 이 말을 듣는 사람들은 「그게 정말이냐?」고 반문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야하다」는 말을 「최고로 아름답다」는 뜻으로 쓰기 때문이다. 흔히 「야하다」는 말은 「천박하다」,「야비하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국어사전을 찾아 보아도 「야하다」를 「깊은 맛이 없이 천하게 아리땁다」고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야하다」의 어원을 나는 「야(野)하다」로 보아 「본능에 솔직하다」, 「천진 난만하게 아름답다」, 「동물처럼 순수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함석헌 선생의 대표적인 에세이 가운데 야인정신(野人精神)이란 글이 있는데 그 글에서 함선생은 야인(野人)을 문명인(文明人)과 대비시켜 이야기하고 있다. 문명인이 이기적 명예욕과 허위의식으로 가득 차서 윤리적 명분에 좇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야인은 스스로의 본성에 충실한 자연아(自然兒)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문명인의 대표적 인물로 공자를 들고, 야인의 대표적 인물로 장자를 들고 있다. 함선생의 글에는 물론 「야한 여자」에 대한 언급은 없다. 하지만 나는 남자건 여자건 야인 정신을 가진 사람을 우선 「야한 사람」으로 간주하고 싶다.
그래서 「야한 여자」의 첫째가는 조건은 「야한 마음」이다. 흔히들 「야한 여자」를 「화장을 많이 한 여자」, 「화려하고 선정적인 옷차림을 한 여자」로 보고 있는데, 그 설명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겉으로만 야한 여자」를 가리키고 있기 때문에 불충분한 설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마음이 야하면 겉도 야해진다. 그러나 「진짜 야한 여자」가 되려면 겉과 속이 다 야해져야 될 것이다. 특히 요즘같이 「겉만 야한 여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 있어서는 「겉만 야한 여자」를 보고 「진짜 야한 여자」로 속기 쉽다.

마음이 야하다는 것은 본능에 솔직하다는 뜻이다. 정신주의자가 아니라 육체주의자라는 뜻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본능은 동물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식욕과 성욕이 우리가 살아가는 원초적 이유이고 우리의 실존 그 자체가 된다. 그 가운데서 나는 성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사랑에 대한 욕구가 없이는 식욕조차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물들은 모두 자웅교배 결과요, 사랑의 부산물이다. 그리고 「사랑」은 「성적욕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야한 마음을 가진 여자는 성적 욕구에 솔직한 여자이고, 성적 욕구에 솔직하다 보면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에도 솔직해진다. 아름다움이란 결국 이성에게 사랑을 받고 싶고, 이성의 눈에 쉽게 뜨이고 싶고, 이성에게 섹스 어필하고 싶은 욕구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흔히들 말하는 「고상한 아름다움」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름다움의 기준은 섹시하냐 못하냐로 결정될 뿐이다.

그래서 「야한 여자」는 섹시한 여자이고 스스로를 섹시하게 꾸미는데 당당한 여자이다. 남이 뭐라든 화려하게 몸치장을 하고 선정적인 이미지로 자기 자신을 가꿔 나가는 여자이다. 예컨대 손톱을 길게 기른 여자는 「야한 여자」이다. 그러나 그 손톱에는 분홍색같은 「고운」빛깔의 매니큐어가 아니라 검정색이나 파랑색같이 「섬뜩한」느낌을 주어 관능적 열정을 유발하는 빛깔의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어야 한다. 송곳같은 뾰족구두를 신은 여자는 「야한 여자」다. 화장을 그로테스크하게 한 여자도 「야한 여자」다. 그리고 사랑에 용감한 여자 또한 「야한 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