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한 정보

철마산 달음산 산행 안내

OKeverything 2012. 11. 11. 18:50

ㅇ 출처  부산일보  박진국 기자  2012-11-08

 

부산 기장군 철마면의 철마산(605m)과 일광면의 달음산(588m)은 부산 사람들에게 아주 친근한 산이다. 접근성이 편리하고 조망도 뛰어나 웬만한 꾼들은 서너 번 다녀왔을 것이다. 특히 달음산은 해맞이와 달맞이 명소로도 유명해 새해를 전후해 인산인해를 이룬다. 하지만, 두 산을 잇는 종주 산행은 아직까지 꾼들조차 찾는 발길이 드물다. 마루금이 길고 산봉우리를 몇 개나 오르내려 강한 체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번 주 '산&산'은 철마산과 달음산을 잇는 능선을 종주했다.

철마산은 주로 망월산 혹은 백운산과 연계한 산행 코스가 잘 알려져 있다. 달음산의 경우는 일광산과 장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코스가 인기다. 하지만, 기장의 서쪽과 동쪽 끝에서 대척해 있는 이 두 산을 이어 종주하는 코스는 아직까지 미답지나 마찬가지다. 종주 산행이 다 그렇듯 각오를 단단히 하지 않으면 완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코스는 영천초등학교 앞 버스정류소~입석마을~등산로 시작~577봉~철마산~당나귀봉~공사 중 철탑~451봉~문래봉~곰내재 공원~함박산~천마산~384봉~달음산~상리기도원~하리 버스정류소 순이다. 일자 형 능선을 타지만 크고 작은 봉우리를 9개나 오르내려야 하는 만만찮은 코스다. 총연장은 14㎞, 휴식 시간 포함해서 6시간가량 걸렸다.

출발은 경남 양산시 동면 여락리 영천초등학교 앞 버스정류소다. 부산 기장군 철마면 송정리와 경계해 있는 버스정류소에서 입석교를 건너 송정리 입석마을로 향한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벌써 지명의 유래를 알아차렸을 것이다. 입석마을 어귀에는 높이 3m 96㎝, 폭 65㎝의 돛대 모양 돌이 서 있다. 풍수지리적으로 배처럼 생긴 마을에 돛대에 해당하는 선돌을 세워 행운을 기원했다고 한다. 언제 세웠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입석길을 따라 가다 마을회관이 보이면 왼쪽으로 꺾어 묘법사 방면으로 간다. 100m 정도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올라가다 길옆으로 무덤 몇 기가 보이면 오른쪽 산길에 올라선다. 이 지점부터 577봉과 철마산을 향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577봉과 철마산은 비교적 야트막한 축에 속하지만 산행 초반부터 된비알이다. 가파르게 치고 올라가야 해 땀깨나 쏟아야 한다. 이정표를 하나 지나쳐 대략 1시간여 만에 577봉에 오른다. 아담한 돌탑 하나가 지키고 있는 577봉은 정식 명칭조차 없는 봉우리지만 전망은 기가 막힌다. 양산의 토곡산과 김해 무척산, 부산 금정산, 황령산, 영도 봉래산, 해운대 장산이 빙 둘러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굽이굽이 능선 너머로 오늘 코스의 마지막 봉우리인 달음산도 보인다. 하도 까마득하게 보여서 숨이 턱 막힌다.

577봉에서 철마산은 코앞이다. 철마산은 이 종주 코스의 실질적인 기점 봉우리이지만 조망은 577봉만 못하다. 서둘러 망월산 방면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이정표 3개를 연이어 지나쳐 다시 오르막 능선을 타고 한동안 오르면 당나귀봉(574m)에 도달한다. 전망 데크와 정상 표석이 없다면 봉우리인지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평탄하다. 이 봉우리는 원래 이름이 없었는데, 2008년 8월 부산시민등산아카데미 9기 졸업생들이 표석을 세우면서 우스꽝스러운 이름을 얻었다. 하필 왜 당나귀봉으로 명명했는지는 모를 일이다.

당나귀봉에서 10분가량 하산하다 보면 8번 위치목 이정표를 만난다. 여기서 망월산 가는 길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꺾어 중리 방면 내리막길로 한참 내려간다. 10분 정도 가파른 길을 내려가면 임도와 합류한다. 왼쪽으로 꺾어 임도를 따라 곰내재 방면으로 간다. 이 임도는 소산벌마을을 스쳐지나 철탑 공사 현장까지 이어진다. 25분 소요.

철탑 공사 현장에서 임도는 갑자기 끊긴다. 주위를 자세히 살피면 철탑 왼쪽 옆으로 451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발견할 수 있다. 10분 소요. 451봉에서 문래봉(511m) 가는 길은 오늘 전체 구간 중 가장 길 찾기가 어렵다. 여태껏 이정표의 지시를 따라 뚜렷한 등산로를 타고 왔는데 이 구간에서는 지도와 산꾼의 본능에 의지해야 한다.

451봉에서 안부에 내려서면 오솔길이 네 갈래로 갈린다. 직진해 오르막 오솔길을 오른다. 곧 오솔길마저 사라지고 길은 산만하고 잘 보이지도 않는다. 7~8분 동안 길을 개척하다시피 해 오르막을 올라간다. 산행 안내리본을 촘촘히 붙였으니 잘 보고 진행한다. 어지러웠던 길은 문래봉 직전에야 다시 뚜렷해진다. 소산마을에서 올라오는 오솔길 등산로와 합류할 수 있어서다.


고생해서 올라왔지만 문래봉은 초라하다. 정상석도 이정표도 없다. 길을 서둘러 곰내재까지 내쳐 내리막을 내려간다. 20분 소요. 정관산업도로가 통과하는 곰내재에는 등산객들을 겨냥한 카페가 있다. 등산로는 이 카페를 오른쪽으로 우회해 함박산(457m)까지 이어진다. 함박산을 300m가량 남긴 지점에 'Y'자 형태의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 능선을 따라 가면 기장 일광산으로 거쳐 장산으로 가는 길, 직진해야 함박산으로 간다. 양쪽 모두 산꾼들에게 인기 있는 코스라 안내리본이 많이 붙어 있다. 주의하지 않으면 경로를 이탈할 수 있다.

함박산 정상에서 천마산(418m)을 거쳐 384봉으로 이어지는 이 구간은 짧지만 정관면 전체를 굽어볼 수 있는 전망바위가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45분 소요. 특히 384봉 직전 전망바위는 정관면의 이 끝에서 저 끝까지 굽어볼 수 있는 탁월한 조망처다. 하지만, 여기서 조망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오늘 산행의 마지막 봉우리인 달음산의 조망이 워낙 빼어나기 때문이다.

달음산 정상에 가려면 384봉에서 이정표가 있는 안부까지 내려와 다시 가파른 오르막을 한참 타야 한다. 45분 소요. 산행 막바지라 이미 체력을 많이 소진한 터에 만나는 된비알은 낭패감을 준다. 젖 먹던 힘까지 짜내 정상에 오르니 그간 고생을 한 번에 보상 받는다. 동해의 울산 앞바다와 부산 앞바다가 드넓게 펼쳐진다. 바다의 날선 푸름이 가슴으로 쏟아져 들어오니 달궈졌던 몸이 시원해진다.

먼 데 두었던 시야를 능선으로 당겨오니 달음산의 산세가 만만찮다. '기장 팔경' 중 1경으로 꼽히는 이유가 있었다. 정상 부근의 쭈뼛한 암릉은 먹이를 낚아채는 독수리(鷲)의 형상이다. 그래서인지 기장 사람들은 이 산을 취봉산 혹은 추봉산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하산은 정상 직전 이정표로 내려와 옥정사 방면으로 내려간다. 돌들이 아무렇게 널린 하산길은 가팔랐지만 낙엽이 쌓여 푹신하다. 상리기도원과 부산울산고속도로 교각을 지나 일광면 하리 버스정류소까지는 30분 소요.
 


산행문의 :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글·사진=박진국 기자 gook7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