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 짓기 꿈, 3억 한달 만에 완성
내집 짓기 꿈, 3억 한달 만에 완성 | |
건축가 이현욱씨 세차례 시행착오 끝에 만족스런‘ 아파트 탈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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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단독주택!”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 탈출을 꿈꾼다. 그러나 대부분 포기한다. 단독주택은 ‘비싸고, 짓기 고생스럽고, 불편한 집’이란 생각 때문이다. 실제 단독주택을 지은 이들도 동의한다. 짓다 보면 예상보다 공사비가 훨씬 늘어나고, 시공업체는 물론 주방업체, 조명업체에 조경업체까지 수많은 과정을 다루기가 하도 힘들어 집 짓고 나면 수명이 준다는 말까지 나온다. 집은 또 얼마나 추운지, 결국 비인간적이고 답답해도 아파트가 가장 편하다는 결론으로 되돌아온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건축가 이현욱(40·광장건축 대표)씨가 이런 통념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경제력 부족과 불편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단독주택을 포기하는 이들을 위해 평범한 중산층이면 누구나 단독주택을 짓고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다. 미션은 세가지. ● 서울 25평 아파트 값으로 ● 공사 기간 한달 정도에 ● 유지비가 아파트 수준인 단독주택 짓기다. ‘땅부터 인테리어까지’ 모두 합쳐 3억원에 단독주택을, 그것도 30일 만에 뚝딱 짓겠다는 이 프로젝트, 성공했을까? 나는 건축가다. 그런데 고백하건대 실은 건축가들도 자기가 설계하고 지은 집에 사는 경우가 거의 없다. 건축은 예술인가 아닌가, 좋은 집은 어떤 철학이 담겨야 하느냐를 읊어대며 집을 설계하지만 자기가 자기 집 설계해 살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건축가들이 짓는 단독주택은 근사한 부잣집이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건축주들은 집이 비싸고 불편하다고 하고, 건축가는 건축주가 집에 대한 철학이 부족하다며 씩씩댄다. 왜 그럴까? 단독주택이 맘에 안 든다면 결국 건축가와 건축주 둘 다 틀린 거다. 환상적인 집을 지으려 하는 건축주도 잘못이고, 단독주택은 불편함을 감수하며 살아야 하는 집이라고 생각하는 건축가도 잘못이다. 그런 건축가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럼 당신이 직접 설계한 집에서 살아봐!
단독주택, 왜 크게 지어서 오들오들 떨면서 살아? 나 역시 내 집을 지어 살아보기 전까지는 단독주택을 몰랐다. 처음 지은 우리 집은 철제 주택이었다. 조립식으로 지으면 나중에 옮겨 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정말 ‘들고 다닐 수 있는 집’으로 아주 작게 20평짜리를 지었다. 그런데 첫달,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고 기절하고 말았다. 전기료가 119만원! 전기로 난방까지 모든 걸 해결하는 실험을 시도했다가 아내에게 “건축가 맞느냐”는 말까지 들었다. 난방은 가스로 바꿔 해결했는데, 그래도 추운 것은 해결하지 못했다. 결로현상이 생기면 얼마나 문제인지, 가정집을 철제로 지으면 절대 안 된다는 걸 확실하게 배웠다. 두번째 집은 그래서 콘크리트로, 모든 걸 단열에 걸어 지었다.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듯하라고 벽 두께를 다른 집 두배로 하고 단열재 팍팍 넣었다. 결과는 대성공. 에어컨이 필요 없었다. 60평 단독주택 겨울 난방비는 25만원 정도. 용인 단독주택 단지에 이 집을 지었을 때 이웃 주민들은 “왜 집에 벽난로가 없느냐”고 물었다. 옆집들은 대부분 80~120평짜리 큰 집들이었다. 그런데 그 으리으리한 집에 살면서 겨울이면 남편은 장작을 패고, 밤에는 온 가족이 한방에 모여 잔다. 난방비가 80만원 넘게 나와서다. 그래서 다들 한숨을 쉬고 있었다. 원래는 집을 이렇게 크게 지을 생각이 아니었는데, 시공회사가 살살 꾀는 바람에 조금씩 늘리다 보니 커졌다는 거다. 마당도 없이 땅 전체가 집이다. 왜 건축가에게 알맞게 설계해 달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하면 건축가가 아니라 시공업체가 설계를 했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설계비 2천만~3천만원 아끼려다 공사비가 1억 더 들어간 집들이 수두룩하다. 내가 봐도 단독주택 지으며 혼쭐나기 십상이다. 그런데 단열이야 끝내줬지만 두번째 집도 문제가 있었다. 네 식구 살기에 60평은 너무 넓었다. 청소가 중노동이다. 2층 3층에 테라스를 낸 것도 실패였다. 커피도 마셔야지, 고기도 구워 먹어야지, 신나서 설계했는데, 결과는 1년에 하루도 안 나가고 짐만 쌓아놨다.
더 중요한 장점은 빨리 지을 수 있다는 점이다. 콘크리트처럼 굳히는 기간이 없어 바닥만 콘크리트로 하고 그 위에 조립하면 끝. 목조주택 여러 채를 설계한 뒤, 나도 목조주택에 살자고 결심했다. 작고 마당이 있는 집으로. 땅부터 인테리어까지 3억에? 방법은 나눠 짓기 건축가로서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은 단독주택을 원하는 사람들이 생각 이상으로 많다는 거다. 아파트가 좋아서가 아니라 단독주택을 짓지 못해 아파트 산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포기하는 이유는 단 하나. 비싸니까!
하지만 방법은 있다. 서울 주변 경기도 일대 단독주택 필지들은 60~70평쯤이면 2억~5억원 정도다. 목조주택 평당 공사비는 400만원 정도. 콘크리트로 짓는 것과 비슷하다. 집을 30평으로 지으면 1억2천만, 40평으로 지으면 1억6천만원이다. 실평수 30~35평이면 결코 작지 않다. 아파트로 치면 40평대다. 땅값을 3억 잡고 35평 집을 지으면 ‘3억+1억4천만’, 대략 4억5천만원이다. 그래도 만만찮은 금액이다. 이때 고려할 방법이 ‘한 필지 두 집 살기’다. 땅을 같이 사서 두 집을 짓고 따로 살면서 마당은 같이 쓰는 거다. 70평을 사면 30~35평 정도를 마당으로 하고 나머지 땅을 각각 아래 면적 16~20평 정도씩 되는 집을 2층으로 두 채 지으면 된다. 파트너만 확실하고 나중에 팔 때 같이 팔 건지 따로 팔 건지 미리 의견 일치를 보면 맞는 이웃과 함께 살 수 있다. 땅값이 3억이니 각자 1억5천만, 35평 공사비 1억4천만. 기타 비용 더하면 정확히 3억이다. 너무 큰 두번째 집을 팔기로 하고 목조주택을 짓기로 결정. 목조에 대한 가장 큰 오해가 불이 나면 어쩌냔 거다. 나무 골조는 모두 석고보드와 마감재 안으로 들어가 있어 실제 나무는 겉에서 보이지도 않는다. 불나도 불길에 바로 노출되지 않는다는 이야기. 그리고 화재 발생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 대피할 동안 건물이 일정 시간 이상 버텨주는 것이다. 목조주택은 불이 완전히 붙기까지 4시간 정도가 걸린다. 남은 것은 파트너 구하기. 단독주택을 원하지만 엄두를 못 내던 지인이 동참했다. 내 또래에 아들 하나 세 식구. 땅값이 2억5천만~4억원대인 용인 동백지구에 68평 땅을 3억5천만원에 샀다. 마당으로 30여평을 배치하고, 나머지 땅에 16평짜리 2개층 실평수 32평 두 채를 붙여 짓기로 했다. 설계는 두 집 똑같이 해서 설계비를 줄였다. 물론 자재가 똑같아지니 공사비도 준다. 건축비는 한 집당 1억5천만원씩. 땅은 두 집 합쳐 3억이면 충분한데 좀더 좋은 땅에 욕심을 냈고, 지하실은 안 하는 대신 다락방을 추가하면서 공사비가 3천만원씩 늘었다. 주방가구와 화장실 등 기본 인테리어 비용은 공사비에 포함시키고 붙박이가구 등은 취향대로 따로 하기로 했다. 땅 구입비+건축비+인테리어+등기 및 취득·등록세 합쳐 한 집당 3억4천만원. 3억원엔 못 맞췄지만 땅만 조금 더 싼 곳으로 했으면 3억에 가능하다. 단독이 아파트보다 춥다는 것은 시공업체들이 단열에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건축주들도 벽난로 만들고 아트월 붙이는 인테리어에는 돈을 과감하게 쓰지만 단열은 알아서 해주겠거니 한다. 일단 단독주택 단열재는 70㎜, 우리는 갑절인 140㎜ 두께로 정했다. 그리고 7월15일, 드디어 공사 시작! 목조주택에 대한 오해와 진실 설계는 폼나는 걸 최대한 줄이고 쓸모와 경제성에 모든 것을 맞춰 아주 단순하게 갔다. 1층은 거실과 주방, 2층은 부부 침실과 자녀 침실, 3층은 경사지붕 다락인데 방을 하나 뒀다. 1층은 남쪽 창가에 주방을 둬서 주방이 중심이 되도록 했다. 손님이 와도 식탁에 주로 있게 되는 점을 고려해 소파에 돈 들이지 말기로 하고 식탁을 8인용으로 맞췄다. 2층은 아이들 방을 조금 더 크게 하는 대신 부부 침실 크기를 줄였다. 잠만 자는 공간이고, 주로 1층과 3층에서 생활할 것으로 예상해서다. 3층 다락은 딸림 공간이지만 단열 기능 면에서도 쓸모가 있다. 집에서 햇볕을 가장 오래 많이 쬐는 부분이 지붕이다. 그래서 지붕은 벽보다 훨씬 두껍게 해야 한다. 지붕 아래 다락이 있으면 더운 공기가 다락으로 올라가 1~2층이 여름에 더 시원해진다. 아이가 둘인 우리 집은 1층을 서재 겸 부엌으로, 3층 다락을 거실과 아이들 방으로 쓰기로 했다. 옆집은 3층을 부부 작업 공간으로 쓰기로 했다. 공사 기간을 한달로 잡은 것은 아파트 판 계약금으로 공사를 시작하고 한달 뒤 잔금을 받아 공사비를 완납하면서 새집으로 이사를 올 수 있어서다. 원래 세계 어디서나 목조주택은 한달이면 충분히 짓는다. 조립식이니까. 건물 외관은 컬러 금속강판과 시멘트 사이딩을 붙이기로 했다. 컬러 강판은 얇고 가볍고 오래가서 현대 건축에서 인기 좋은 소재다. 시멘트 사이딩은 나뭇결 무늬가 있어 페인트를 칠하면 나무가 아니라는 사실에 사람들이 오히려 놀란다. 외국 목조주택을 보면 겉을 자기 마음대로 꾸민다. 벽돌로, 돌로, 시멘트 사이딩으로 붙이면 목조란 사실을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목조주택이라면 으레 통나무집부터 떠올리는데, 서양 목조주택은 대부분 이런 식이다. 시멘트 사이딩은 색칠이 쉬워 컬러풀하게 집을 꾸미기에도 좋다.
집짓기는 콘크리트 기초공사에 3일, 기초공사 하는 동안 공장에서 나무 벽체를 조립하는 데 2일, 현장으로 운반해 골조 조립하는 데 4일, 외장과 내부의 전기 등 설비 공사에 1주일, 인테리어 공사 1주일, 현장 정리 2일이 걸렸다. 정작 집을 다 지은 다음 수도, 전기, 가스가 들어오는 것이 늦어졌다. 도시가스를 신청했는데 허가 기간만 2주다. 집 짓는 데 20일인데 무슨 가스 인입 공사가 보름이냐고 묻자 가스공사에서 무슨 집을 20일 만에 짓느냐고 반문한다. 결국 모두 걸린 기간은 6주. 여름 장마로 비가 온 날이 20여일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실제 공사 일수는 23일 정도였다. 드디어 8월 말 두 집 모두 이사를 마쳤다. 남은 것은 마당 조경뿐. 애들 교육엔 그렇게 신경쓰면서 주거에는 왜? 단독주택은 어른들에겐 불편하지만 아이들에겐 즐거운 집이다. 아파트는 거꾸로 아이들에겐 재미없지만 어른들에겐 편한 집이다. 사람들이 나중에 돈 벌어서 집 짓자고 해서 결국 나이 든 뒤 단독주택으로 가는데, 정작 아이들은 다 자란 다음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마당 있는 단독주택에서 아이들에게 추억을 만들어줘야 맞는 것 아닌가? 젊어서 단독 살고 아이들 크면 아파트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두 집 모두 아이들이 더 크기 전에 단독으로 가자고 뜻을 모았다. 아파트에 살다가 다시 단독주택으로 돌아온 아이들은 온종일 집 안에서 마음껏 쿵쾅거리며 뛰노느라 정신이 없다. 형이 없어 아쉬워하던 첫째는 옆집에 형이 생긴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조경은 제대로 하면 비용이 상당하지만 두 집 남편이 직접 삽질을 해서 나무 심고 잔디를 깔아 비용을 줄였다. 처음부터 크고 근사한 나무를 들여오면 좋지만 운반하고 심는 비용이 많이 든다. 3년쯤 지나면 크게 자랄 어린나무로 사서 나무 하나하나에 아이들 이름을 붙여줬다. 건축가로서 평소 의아했던 것은 사교육에는 엄청난 돈과 정열을 쏟아부으면서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인 집에는 무신경한 것이었다. 똑같은 아파트, 똑같은 방, 심지어 방향도 똑같이 놓은 책상에서 같은 학교 같은 학원 다니는데 아이들에게 창의력이 잘 나올까?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집은 아이들 웃음소리가 나는 집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마당 있는 집, 각자 스타일에 맞게 개성대로 지은 집에서 아이들을 자라게 하자. 단독주택에 살 사람, 여기 붙어라! 글 이현욱 광장건축 대표 geo3390@naver.com<30FB>사진 왕규태 건축사진가 |